"대북전단 살포 통제는 기본권 침해"…탈북자 국가배상소송
- 2014/10/30 07:00

(의정부=연합뉴스) 민간 대북전단 살포 '일인자'로 통하는 대북풍선단장 이민복(57)씨가 경찰 등의 통제 때문에 기본권이 침해됐다며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최근 대북전단 살포를 막을 법적 근거가 없다고 밝힌 정부가 한편에서는 전단 살포활동을 방해해왔다는 것이 이씨의 주장이어서, 정부가 어떤 입장을 밝힐지 주목된다. 사진은 지난해 이씨가 국가인권위원회를 통해 받은 진정합의서. 2014.10.30 <<이민복 대북풍선단장 제공>> andphotodo@yna.co.kr
"법적 판단 받고 싶어"…막을 근거 없다던 정부 입장 주목돼
(의정부=연합뉴스) 권숙희 기자 = 민간 대북전단 살포 '일인자'로 통하는 탈북자 이민복(57)씨가 경찰 등의 통제 때문에 기본권이 침해됐다며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북한이탈주민이 출입국 제한 등과 관련 국가 상대 소송을 낸 적은 있으나 대북전단 살포 제지를 문제 삼아 소송을 제기한 것은 처음이다.
최근 대북전단 살포를 막을 법적 근거가 없다고 밝힌 정부가 한편에서는 전단 살포활동을 방해해왔다는 것이 이씨의 주장이어서 정부가 어떤 입장을 밝힐지 주목된다.
30일 의정부지법 등에 따르면 이씨는 지난 6월 5일 대북풍선 활동 방해로 입은 정신적 피해 등에 대해 배상금 5천만원을 지급하라며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연합뉴스가 단독 입수한 소장에서 이씨는 2003년 이후 지금까지 끊임없이 국정원, 군, 경찰 공무원 등으로부터 대북풍선 활동을 방해받았다고 주장했다.
2008년 이명박 정부와 2013년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이후에도 남북관계를 해친다는 명분을 내세워 국가기관들이 풍선을 날리지 말 것을 권고하고 실제 위법하게 행사를 방해했다고 강조했다.
이씨는 ▲경찰이 신변보호 명분으로 늘 감시하며 자신 차의 출입을 막은 일 ▲경찰·군이 전단지 살포 정보를 사전에 지역 주민에게 알려 항의받고 쫓겨나게 한 일 ▲풍선에 넣을 가스를 공급하는 회사와 백령도 등에 들어가는 선박회사에 협박전화를 한 일을 비롯해 방해와 위협을 한 사실이 있다며 이를 찍은 영상물 등을 증거로 제출했다.

(의정부=연합뉴스) 민간 대북전단 살포 '일인자'로 통하는 대북풍선단장 이민복(57)씨가 경찰 등의 통제 때문에 기본권이 침해됐다며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최근 대북전단 살포를 막을 법적 근거가 없다고 밝힌 정부가 한편에서는 전단 살포활동을 방해해왔다는 것이 이씨의 주장이어서, 정부가 어떤 입장을 밝힐지 주목된다. 사진은 지난해 4월 경찰들이 이씨의 가스 주입 트럭이 이동할 수 없도록 차량으로 가로막은 모습. 2014.10.30 <<이민복 대북풍선단장 제공>> andphotodo@yna.co.kr
또 정체불명의 군인이 신분을 속이고 자신의 집에 침입, 대북전단지 등을 무단으로 가져가는 등 최근까지도 방해가 계속돼 "사생활의 자유, 인격권, 행복추구권, 표현의 자유가 침해됐다"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외부단체의 전단 관련 재정지원이 줄어드는 등 금전적 손해를 봤으며, 과도한 감시로 인한 스트레스 등을 못 견딘 부인과 이혼하게 되는 등의 피해를 입었다는 것이 이씨 주장의 요지다.
변론을 맡은 가을햇살 법률사무소의 공에스더 변호사는 "표현의 자유 제한 등으로 이씨가 겪은 정신적 고통을 해소하고 앞으로 자유로운 풍선활동을 보장받고자 한다"고 소송 취지를 설명했다.
이씨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소송은 정신적 손해를 배상하라는 뜻도 있지만 삐라 살포 자유에 대한 법적 판단을 받아보고 싶은 마음이 더 크다"고 말했다.
그는 "내 활동을 막는 경찰들도 사실 위에서 시키는 일을 하는 것일 텐데 명확한 판결이 나오면 서로 편해질 것 같다"고 밝혔다.
이씨는 이미 지난해 국가인권위원회에 이와 관련해 진정을 넣은 바 있다.
인권위 중재에 따라 담당 경찰관은 '불필요한 심적 압박 등 불편을 느끼지 않도록 주의하고, 북한의 테러 등 위협이 없는 한 대북풍선 보내기 활동이 방해받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포천=연합뉴스) 임병식 기자 = 민간 대북전단 살포 '일인자'로 통하는 대북풍선단장 이민복(57)씨가 경찰 등의 통제 때문에 기본권이 침해됐다며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최근 대북전단 살포를 막을 법적 근거가 없다고 밝힌 정부가 한편에서는 전단 살포활동을 방해해왔다는 것이 이씨의 주장이어서, 정부가 어떤 입장을 밝힐지 주목된다. 사진은 이씨가 자택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하는 모습. 2014.10.30 andphotodo@yna.co.kr
그러나 이후에도 무리하고 위법한 방해가 계속돼 소송을 제기하게 됐다는 것의 그의 설명이다.
지난 8월 배상 청구 취지를 설명하는 1차 공판이 열렸고 내달 18일 2차 공판이 열릴 예정이다.
선교사이자 북한동포직접돕기운동본부의 대북풍선단장으로 활동 중인 이씨는 1990년 북한에서 우연히 대북 전단을 접했고 탈북을 결심했다고 말해 왔다.
1995년 한국에 들어온 뒤 '종교적 신념'에서 이른바 '삐라 보내기'에 전념해온 민간 대북전단 살포 일인자로 통한다. 지난 10일 이씨가 연천지역에서 대북풍선을 띄우자 북한에서 고사총 사격을 하기도 했다.
자유북한운동연합의 박상학 대표를 비롯해 우리나라에서 현재 활동 중인 대북전단 관계자들에게 살포 기술을 전수한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이씨는 임진각 등에서 오래 전에 예고하고 여는 공개 전단살포 행사는 실효성도 없고 다른 의도를 가진 쇼이자 주민 반발만 일으키는 것이라며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그는 "그런 보여주기식 행사는 막지 않고 나처럼 조용히 날리는 사람을 오히려 국가가 통제한다"며 "내가 날리는 전단이 진짜 북한에 뿌려지기 때문에 막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민복 "노무현정부 때 오히려 자유롭게 대북전단 날려">
- 2014/10/30 09:11

(포천=연합뉴스) 임병식 기자 = 민간 대북전단 살포 '일인자'로 통하는 대북풍선단장 이민복(57)씨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자택을 공개했다. 지도와 삐라, 도표로 가득한 모습이 눈길을 끈다. 2014.10.30 andphotodo@yna.co.kr
(포천=연합뉴스) 권숙희 기자 = "'삐라' 보내는 건 노무현 정부 때가 오히려 자유로웠어요. 공개 행사는 막았지만 늘 미행하고 그런 건 안 했거든…"
민간 대북전단 살포의 '일인자'로 통하는 이민복(57·북한동포직접돕기운동 대북풍선단장)씨가 현 정부를 향해 뜻밖의 비판을 했다.
탈북자로서 2003년에 처음으로 전단을 날린 그는 노무현·이명박·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 등을 나름대로 직·간접 경험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그가 활동 10년 만에 '표현의 자유' 등 기본권을 침해당했다며 지난 6월 국가를 상대로 손배소를 제기했다.
대북전단을 더 자주 날리려고 서울이 아닌 경기북부 지역에 산다는 이씨를 지난 29일 포천 산골 집에서 만났다.
소송 얘기를 시작하자 이씨는 "노무현 정부 때 대북 정책 기조는 지금과 달랐고 이념적으로 나와 맞지 않았지만, 인권을 침해하고 그런 제재는 없었다"고 운을 뗐다.
그는 "이명박 정부가 되니 조용한 비공개 행사임에도 현장에서 활동을 제지당하곤 했다"면서 "박근혜 정부 들어선 집에서 (풍선 주입용 가스통을 실은) 트럭이 나가야 하는데 경찰이 앞뒤로 차를 막아 아예 나가지를 못하게 했다"고 토로했다.
그의 말은 대북전단 문제를 놓고 남북, 남남 갈등이 첨예한 최근 정세 속에 '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수 없다'는 정부의 공식 입장과는 괴리된 것이어서 의아스러웠다.
그는 그러나 실제로 정권이 바뀌고 세월이 갈수록 제약이 점점 심해졌다고 말했다. 모든 활동 방해를 촬영, 증거자료로 의정부지법에 제출했다.

(포천=연합뉴스) 임병식 기자 = 민간 대북전단 살포 '일인자'로 통하는 대북풍선단장 이민복(57)씨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대북전단 살포에 대한 견해를 밝히고 있다. 그는 도표를 직접 준비해 "한반도의 편서풍 기류 탓에 파주 임진각 지역에서 날리는 풍선은 동해로 빠져나가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2014.10.30 andphotodo@yna.co.kr
지난해에는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내 담당 경찰관으로부터 "불필요한 심적 압박 등 불편을 느끼지 않도록 주의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내기도 했지만, 그것으론 만족하지 못했다고 한다.
이씨는 "경찰 등 공무원이 신변보호라는 명목 아래 나를 지나치게 감시하고 있다"는 주장을 폈다.
'자유로운 대북전단 살포'는 탈북자인 그가 남한사회에서 유일하게 원하는 것이자 이번 정신적 피해배상 소송(소가 5천만원)을 제기한 이유이기도 하다.
지난 10일 경기도 연천에서 북한군이 전단 풍선을 향해 사격한 데 이어 25일 임진각에서 대북전단보내기국민연합과 자유북한운동연합 등이 전단 살포 행사를 예고하자 이씨는 분노했다.
북한이 격렬하게 '대응'을 경고하고 주민들이 불안해하는 가운데 진보단체까지 가세해 격돌하면서 전단 살포 활동이 점점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안 그래도 찬반 논란이 있는 일을 두고, 쓸 데 없이 더 큰 갈등이 생겨 난감하다고 했다.
그는 자신에게 '대북전단 풍선 날리기' 기술을 배워 '옳지 않게' 사용하는 이들을 매우 못마땅해 했다. 또 "바람의 방향을 보지도 않고 풍선을 날리는 것은 모두 사기극"이라며 강하게 비난했다.
그와 대화를 나눈 집은 누렁이 개 한 마리가 지키고 앉은 컨테이너상자와 비닐하우스로 이뤄져 보기에도 딱했다.
산골 집 입구에 주차 중인 1.5t과 2.5t 가스 트럭, 방 한가득 걸린 각종 지도와 전단 더미들은 그 자체로 '나 삐라에 미쳤소'라고 말하는 듯했다.

(포천=연합뉴스) 임병식 기자 = 민간 대북전단 살포 '일인자'로 통하는 대북풍선단장 이민복(57)씨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창고에 쌓아놓은 대북전단을 공개하고 있다. 2014.10.30 andphotodo@yna.co.kr
그는 "대북 전단지를 보고 탈북을 결심했고 삐라를 날리기 위해 '남조선'에 들어왔다"고 설명했다.
마치 '삐라학(學)'이라도 정립한 듯 한바탕 강연을 했다.
그의 경험으로는 체제를 비판하거나 선정·자극적인 내용의 전단은 북한 사람들의 눈에 처음엔 신기하게 보일지는 몰라도, 반감을 갖게 한다고 한다.
북한 체제를 뒤엎자고 선동하거나 벌거벗은 여자 사진을 싣는다거나, 김정일 김정은 등을 희화화하는 내용 등도 오히려 역효과를 낸다며 자극적인 내용의 전단을 배포하는 단체들을 비판했다.
그는 "대북풍선은 가장 폐쇄된 사회인 북한을 평화적 방법으로 열려는 것"이라며 진실을 차분하게 꾸준히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많은 양의 삐라를, 한꺼번에, 원하는 곳으로 날리기 위해 무게를 줄이고 타이머까지 달았다. 비닐 전단을 개발했고 대형 가스차량을 구비했다.
그러나 그가 사상적으로나 이론적으로 무장한 활동가는 아니다.
선교용 전단을 따로 제작할 만큼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 대북전단 활동도 '풍선 사역(使役)'이라고 부른다.
그의 '종교적 신념'과 전단 살포 자체에 대한 논란은 있을 수 있다.

(포천=연합뉴스) 임병식 기자 = 민간 대북전단 살포 '일인자'로 통하는 대북풍선단장 이민복(57)씨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개발한 전단살포 타이머를 들어 보이고 있다. 2014.10.30 andphotodo@yna.co.kr
그럼에도 노무현 정부 때 오히려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전단을 날렸으며, 여타 살포자들과 자신이 다르다고 주장하는 그의 모습에선 '전문가적 자부심'마저 묻어났다.
그로선 현 정부든, 전단살포 자체를 물리력까지 동원해 극구 저지하려는 일부 진보단체든, '사기치듯' 전단을 날리는 탈북·보수 단체든 이해하기 힘들다.
그는 2009년 1천514개, 2010년 1천475개, 2011년 753개, 2012년 1천55개, 2013년 911개 등 최근 5년간만 해도 모두 5천708개 전단 풍선을 날렸다고 정확히 기억했다.
풍선 1개당 전단을 3만장 가량을 매달 수 있다. 개당 드는 비용은 약 10만원이다.
그는 왼쪽 입술이 부르튼 것을 가리키며 "힘들지만 관심이 고맙다"며 후원금 내역까지 공개했다.
지난 7∼9월 최근 3개월간 모두 180여 명으로부터 4천여 만원이 들어왔다며 비용을 제외하고 개인적으로 사용하는 돈은 이 가운데 6%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지금까지 개인 단일 후원금 최고액은 어느 목사가 보낸 1천만원이었으며, 영국 가디언지에서 보낸 인터뷰비 명목의 20만원도 있었다고 서류와 기록을 보여줬다.
이씨는 "접경 지역 주민들에게 본의 아니게 피해가 있어 미안한 점이 있다"면서 "피해가 없도록 조용히, 제대로 풍선 날리기를 계속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출처: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4/10/29/0200000000AKR20141029161500060.HTML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4/10/29/0200000000AKR20141029213500060.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