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당국의 대북 전단 살포 제지는 적법하다"
- 2015/01/06 16:30

'막을 수 없다'는 정부 입장과 상당히 배치돼 주목
(의정부=연합뉴스) 권숙희 기자 = 북한의 위협으로 국민 생명이 명백히 위험한 상황에선 당국이 대북전단 살포를 막는 것이 적법하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민간단체의 대북전단 살포 활동은 국민의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에 해당하지만 휴전선 인근 지역 주민의 생명과 신체에 대한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에 대응하기 위해 살포를 제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법원의 판결엔 '제한이 과도하지 않은 이상'이라는 단서가 달리긴 했으나, '막을 수 없다'는 정부 공식 입장과는 상당히 다른 것이어서 주목된다.
의정부지법 민사9단독 김주완 판사는 6일 대북전단 풍선 날리기 활동 방해로 입은 정신적 피해 등에 대해 배상금 5천만원을 지급하라며 탈북자 이민복(58)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를 기각했다.

지난해 이민복 씨가 국가인권위원회를 통해 받은 진정합의서. <<이민복 대북풍선단장 제공>>
김 판사는 이날 오후 열린 선고 공판에서 "대북전단 살포로 우리 국민의 생명과 신체가 급박한 위협에 놓이고, 이는 기본권을 제한할 수 있는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협'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그 위협의 근거로 북한이 보복을 계속 천명해왔고, 지난해 10월10일 북한군 고사포탄이 경기도 연천 인근의 민통선에 떨어졌던 점 등을 들었다.
김 판사는 "당국의 제지도 과도하지 않았다"면서 "원고가 주장하는 경찰과 군인의 제한 행위는 직접적인 물리력 행사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송종환 공보판사는 "기본권을 제한할 수 없다는 원칙을 확인하면서도 이를 제한할 수 있는 상황과 범위를 밝힌 점이 판결의 취지" 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4월 경찰들이 이민복 씨의 가스 주입 트럭이 이동할 수 없도록 차량으로 가로막은 모습. <<이민복 대북풍선단장 제공>>
선교사이자 대북풍선단장으로 활동하는 이씨는 6개월 전인 지난해 6월 5일 법원에 대한민국을 상대로 한 소장을 제출했다.
이씨는 소장에서 2003년 이후 지금까지 끊임없이 국정원, 군, 경찰 공무원 등의 신변보호 명분으로 감시하면서 대북풍선 활동을 방해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 경찰이 자신 차의 출입을 막은 일 ▲ 경찰·군이 전단지 살포 정보를 사전에 지역 주민에게 알려 항의받고 쫓겨나게 한 일 ▲ 풍선에 넣을 가스를 공급하는 회사와 백령도 등에 들어가는 선박회사에 협박전화를 한 사례 등을 제시했다. 이를 찍은 영상물 등을 증거로 제출했다
이씨는 북한 주민의 알권리와 인권 실현을 위해 대북풍선을 날리는 것이며 이는 표현의 자유 행사이므로 국가가 막아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민간 대북전단 살포 '일인자'로 통하는 대북풍선단장 이민복(57)씨의 대북전단. 달러와 라면봉지가 눈길을 끈다. <<연합뉴스DB>>
피고인 대한민국 소속 군인과 포천경찰서 소속 경찰관 등은 북한의 대북전단 살포 지점에 대한 사격 위협과 이씨에 대한 격파 사격 위협 등이 실재해 지역주민은 물론이고 대한민국 국민이 위험해진다고 맞섰다.
이씨는 이날 재판이 끝난 뒤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공개 행사를 하는 일부 단체와 조용히 행사하는 나를 구별하지 않은 선고 결과가 실망스럽다"면서 "판결에 만족하지 않기 때문에 항소를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그럼에도 탈북자 출신의 본인으로서는 이렇게 나라를 상대로 재판해볼 수 있다는 데 의미가 있었다"고 소감을 말했다.
한편, 이씨는 판결 선고 전날인 5일 새해 들어 처음으로 경기도 연천군 민간인통제선 인근에서 대북전단을 대형풍선에 매달아 날려보냈다.
<법원이 밝힌 대북전단 살포행사 제한 조건은?>
- 2015/01/06 19:35

적절성 기준은 명확치 않아…실제 판례 이어져야 윤곽
(의정부=연합뉴스) 권숙희 기자 = 북한의 위협으로 우리 국민이 위험할 것이 명백한 경우 대북전단 살포행사를 제한할 수 있다는 법원의 판결이 6일 나왔다.
탈북자 이민복(58)씨가 경찰관과 군인 등의 대북전단 풍선 날리기 활동 방해로 입은 정신적 피해 등에 대해 5천만원을 배상하라며 대한민국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다.
민사소송의 1심판결이긴 하지만, 헌법에 보장된 표현의 자유를 존중해야 해 제지할 수 없다고 정부가 밝혀온 원칙과 사뭇 다른 점이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법원이 이날 판결에서 밝힌 대북전단 살포 제한 근거와 제지의 범위는 무엇일까.
의정부지법 민사9단독 김주완 판사는 우선 "북한의 인권탄압 실상을 알리고 북한 정권에 대한 비판을 위하여 대북전단을 실은 풍선을 북한으로 날리는 것은 표현의 자유에 속한 것이어서 적법하다"고 밝혔다.
따라서 "피고(국가)로서도 이를 '원칙적'으로 제지할 수 없다"고 전제했다.
다만 "표현의 자유가 무제한적인 것이 아니며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해 필요한 경우에 한해 법률에 근거해 제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필요한 경우'에 "대북전단 풍선을 날리는 지역과 풍선이 지나가는 휴전선 부근에 사는 국민의 생명과 신체, 원고와 원고 신변을 경호하는 경찰관들에 대한 '급박하고 심각한 위험'을 발생시킬 경우"가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특히 야간에 비공개로 대북전단이 실린 풍선을 날리더라도 풍선이 북한군에 포착될 가능성이 작지 않다면서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협'의 범위를 분명히 했다.
그 근거로 북한군이 실제 풍선에 고사총 사격을 해 실탄이 우리측 민간인 거주구역에 떨어진 일이 있고, 북한이 계속 위협해온 사례 등을 들었다.

법률적 근거로는 경찰관 직무집행법 5조(위험 발생 방지 등) 등이 제시됐다.
물론 법원은 당국이 기본권을 제한할 수 있는 범위를 최소한으로 정했다. '급박하고, 심각하고 명백히 현존하는 위협'이 있어야 하며, '제한이 과도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판결문을 보면 ▲대북전단을 날리지 말라고 설득한 행위 ▲주민들에게 정보를 흘려, 주민 항의로 대북전단을 날리지 못하게 된 일 ▲풍선 주입 가스통을 실은 차량 주변을 경찰 차량이 둘러싸 통행하지 못하게 한 행위 등은 '최소한의 기본권 제한'으로 인정됐다.
또 경찰관이나 군인이 직접 물리력을 행사하지 않고 가스 차량 등의 물품을 제지하는 수준이어서 '과도한 제한'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유일하게 물리력을 행사했다는 포천경찰서 소속 경찰관도 이씨의 손을 붙잡는 정도의 가벼운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이러한 판결 내용 만으로는 '과도한 제한'의 범위와 기준이 명확치 않다.
이와 관련해 법원은, 이번 판결은 이씨가 입은 정신적 피해에 대한 배상을 청구하는 민사 소송에서 나온 것이어서 기본권 제한의 근거들을 일률화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송종환 공보판사는 "이씨가 주장한 행위 이외의 상황에 대해서는 또 다른 법률적 판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다시 말해 관련 당국이 실제 다른 제지 조치를 취하고 이와 관련해 소송이 제기되면 개개의 판례로 적법성이 가려진다는 것이다.
출처: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5/01/06/0200000000AKR20150106094800060.HTML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5/01/06/0200000000AKR20150106174900060.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