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소개
오늘 소개해드릴 보고서는 기업인권네트워크(KTNC Watch, Korea Trans-National Corporation Watch)가 자유권 규약 위원회(UNHRC; United Nations Human Rights Committee)에 제출한 제113차 자유권규약 심의 대비 보고서입니다.
자유권 규약 위원회(UNHRC)란?
자유권 규약 위원회는 유엔인권이사회 산하에 '조약을 기반으로(Treaty-based) 설치된 기구입니다. 보통 자유권규약이라고 일컬어지는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ICCPR) 체약국들이 규약의 내용을 잘 이행하고 있는지를 심의하기 위해 설치되었습니다. 이 조약을 체결한뒤 1년이 지난 후에 체약국은 국내 자유권 규약 이행 현황에 대해서 위원회에 보고해야 하고, 그 이후부터는 보통 4년마다 보고가 이루어집니다. 보고서와 여러 의견들을 참조하여 자유권규약위원회는 '최종견해'의 형식으로 각 나라에 권고사항을 보냅니다. 위원회는 매년 제네바에서 열립니다.
한국정부는 1990년 자유권규약을 비준한 이후, 3차례 심의를 받았고, 지난 2006년에 있었던 3차 심의(Consideration) 이후, 오는 2015년 자유권위원회의 115차 세션(2015. 10. 1.~11. 6.)에서 4차 심의가 이루어질 예정입니다.
본 심의에 앞서 자유권위원회의 113차 세션(2015. 3. 16.~4. 9.)에서는 국가보고서에 대한 쟁점목록(List of Issues)을 채택하고, 당사국은 본 심의 전까지 쟁점목록에 대한 답변을 제출 또는 준비하여 심의 시에 발표하게 되어있습니다.
이에 기업인권네트워크에서는 한국정부의 쟁점목록 채택을 위한 심의를 위하여, 한국 기업들이 해외에서 활동을 하는 중에 자유권 규약에 위배되는 인권 침해가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자유권 규약의 의무들이 역외적용이 된다는 것을 강조하며, 이와 관련한 쟁점목록 채택을 요구하는 보고서를 제출하였습니다.
2.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ICCPR, 자유권규약)의 역외적용의무 (extra-territorial obligation)
유엔 자유권규약 위원회에서는 지난 2012년 독일 정부에 대한 최종견해를 통해 체약 당사국의 영토 외에서도 규약의 내용을 이행할 것을 권고하였습니다. 자유권 위원회의 권고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1) 정부는 자국의 영토 뿐만 아니라 관할권 내에 있는 기업들이 규약의 내용에 따라 인권을 존중할 수 있게 하고
2) 그 기업이 해외에서 활동할때 인권침해를 겪은 피해자들을 구제할 수 있는 방안을 강화할 수 있도록 적절한 조취를 취해야 합니다.
사실 자유권 규약 외에도 인권 조약의 역외적용 이슈에 대해서는 다른 조약의 위원회에서도 활발하게 다루어지고 있으며 이에 대해 적극적으로 인정하고 있는 추세인데요, 한 예로, 유엔아동권리위원회(CRC)는 일반논평 16호에서 아래와 같이 밝힌 바 있습니다:
Under the Convention, States have the obligation to respect and ensure children’s rights within their jurisdiction. The Convention does not limit a State’s jurisdiction to “territory”. In accordance with international law, the Committee has previously urged States to protect the rights of children who may be beyond their territorial borders.
"규약의 효력 범위 내에서, 정부는 관할권 안에서의 어린이의 권리를 존중하고 확립할 의무가 있다.
이 조약은 국가의 관할권을 '영토'로 한정하지 않는다.
국제법에 따라, 위원회는 국경 바깥에 있는 아이들의 권리까지도 보호하도록 촉구한바 있다"
3. 한국 기업의 해외 인권 침해 사례 보고
한국 정부도 자유권 규약의 당사국으로서, 영토 바깥에서의 기업활동, 합작회사, 관할권과 영토 내의 기업의 해외에서의 사업을 통해 규약에 보장된 권리들이 침해되지 않도록 규제할 의무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한국기업은 해외에서 어떤 활동을 하고 있을까요? 가장 먼저 보고서에 등장하는 사례는 우즈베키스탄의 강제노동 사례입니다.
(1) 우즈베키스탄의 강제노동과 한국의 기업활동 : 자유권규약 8조 위반
우즈베키스탄은 목화 산업이 활발합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목화 생산을 위해 정부가 어른과 아동을 강제로 노동시켜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중앙정부의 통제하에서 목화를 생산하기 때문이죠. 아이들은 공부할 시간에 목화를 수확하러 가는데, 그렇지 않으면 학교에서 퇴학을 당할 수도 있습니다. 어른들의 경우는 농부나 교사, 공무원 등 공적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들이 강제노동에 동원되고 참여하지 않으면 직업이나 월급, 사회보장제도등을 잃게 된다고 합니다.
우즈벡의 아동노동문제에 대하여 국제적인 압박이 이루어지자, 우즈벡 정부는 2012년과 2013년에는 이전과 같은 16세 미만 아동들에 대한 대규모 강제동원은 어느정도 줄어들었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6-17세 아이들은 여전히 노동에 동원이 되고 있다고 합니다. 오히려 16세 미만 아이들이 일을 하지 않게 되었기 때문에 강제로 동원되는 사람들의 노동강도는 훨씬 높아졌다니, 이것 참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한편, 자유권 규약 8조에서는 이러한 강제노동에 대해서 금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 기업인 조폐공사와 대우인터내셔널에서는 강제노동을 사용하여 생산되는 우즈베키스탄산 목화를 사용하고 있어 문제가 됩니다.
대우인터내셔널은 Daewoo Textile Buhkara LLC와 Daewoo Textile Fergana LLC, 그리고 조폐공사와 합작회사인 Global Komsco Daewoo (GKD)를 통해 우즈벡에서 강제노동으로 생산된 목화를 꾸준히 사용하고 있으며, 공기업인 조폐공사는 대우인터내셔널과 합작회사인 GKD를 현지에 운영하고 있습니다.
출처 : 한국 조폐공사(KOMSCO) 홍보, 2011 PR브로셔
한국조폐공사와 대우인터네셔널은 우즈벡의 강제노동문제를 정확히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면펄프를 생산하고, 수입하고 있었습니다. 2012년과 2013년 국정감사를 통해 조폐공사는 연이어 아동강제노동으로 수확된 목화의 사용에 대해서 지적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GKD의 사업을 계속하고 있으며, 생산량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즉, 자유권 규약 8조에 위배되는 강제노동문제를 묵인하고 사업을 계속하고, 오히려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되는 것입니다.
사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유엔아동권리위원회(CRC)도 이미 2012년도에 한국정부에 대한 최종견해에서 다음과 같이 우려를 나타낸바 있습니다.
The State party is importing products from countries which are under investigation by the International Labour Organization (ILO) (and the European Parliament) for reportedly using forced child labour, thus becoming complicit with a serious breach to child rights
"(한국)정부는 국제 노동기구에의해 지속적으로 아동강제노동 문제가 제기되어 온 나라로부터 제품을 수입하고, 그로써 아동권리침해의 동조자가 되고 있다."
따라서 아동권리위원회는 한국정부에 기업의 사회적 책무를 효과적으로 채택하게 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여 해외에서 기업이 활동하며 일으킬 수 있는 인권침해를 예방하고 완화할 것을 권고하고, 모니터링을 실시하여 아동강제노동을 통한 제품이 시장에서 추방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권고합니다.
(2) 한국 어선의 외국인 선원: 자유권 규약 8조 위반
사조오양그룹의 어선에서 지난 2011년 강제노동 문제와 임금 체불 및 신체적, 성적 폭행사건 등 인권침해가 일어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 일은 오양 75호에서 일하던 인도네시아 선원 32명이 배를 이탈해 뉴질랜드에 알리면서 알려졌습니다. 사조오양은 뉴질랜드에 있던 선원들에게 급여가 이체되었다는 위조 문서를 전달하여 선원들을 회유하여 인도네시아로 귀국하도록 하였습니다.
그러나 한국의 조사팀이 인도네시아를 방문하여 인도네시아 선원들을 만나 뒤, 이들을 대신하여 국가인권위원회에 선상에서 일어난 인권 침해에 대하여 진정을 하였지만, 인권위에서는 증거부족과 관할이 없다는 이유로 각하 및 기각을 하였습니다. 이후에 한국정부에서 합동조사팀이 꾸려졌지만 피해자들에게 효과적인 구제방안이 제시되거나 관련 법 및 정책이 개선되지는 않은 상태입니다.
오양 75호 외에도 사실 한국국적의 어선에 탑승하였던 외국인 선원에 대한 임금체불이나 폭력과 같은 인권침해는 이전에도 존재하였다고 합니다. 특히 이들은 본국을 떠나올 때 보증금을 지불하거나 땅문서, 학위증 등 담보를 제공하고 오기 때문에 인권 침해가 일어나도 쉽게 배를 떠날 수 없어 결국 강제노동을 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는 명백한 자유권 규약 8조 위반이라 할 수 있으며, 자유권 위원회는 조약이 역외적용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기때문에 한국정부는 이러한 상황에 책임을 져야만 합니다.
(3) 포스코와 인도 : 자유권 규약 7조 및 17조 위반
포스코와 인도의 인연은 10년전을 거슬러 2005년부터 시작됩니다. 포스코는 인도 오딧샤(Odhisha)지역에 제철플랜트를 세우고 철광석을 채취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합니다.
그런데 그 땅의 70%가 넘는 넓이에 사람들 밀집해서 사는 동네 3개가 있었습니다.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약 2만 2천여 명. 공장이 들어서면 이들은 모두 이주해야 하고, 인근에서 삼림과 어업에 종사했던 사람들이 생계를 더이상 이어나갈 수 없게 됩니다. 그러나 이들은 강제퇴거를 당하기 시작하였고, 이 과정에서 많은 인권침해가 발생하게 됩니다. 포스코는 물리력을 사용한 적이 없다고 하지만, 여전히 오딧샤 마을에서는 주민들이 삶의 터전을 잃고 있습니다.
이러한 인권침해에 대하여 다양한 단체들에서 이미 목소리를 내고 있으며, 특별히 자유권위원회에서는 자유권 규약에 보장된 7조 고문 및 비인도적 처우 금지 및 17조 주거·사생활·통신의 자유를 위반하고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한국정부에 적절한 쟁점목록을 제시하게 되기를 촉구하고 있습니다.
4. 자유권 위원회에 제안한 쟁점목록
이러한 내용을 바탕으로 기업인권네트워크에서는 자유권 위원회가 한국정부에 다음과 같은 쟁점목록을 제시하도록 제안하였습니다.
1. 한국정부는 자유권 규약의 역외적용을 위해 어떤 정책과 관행이 이행되고 있는가?
2. 자유권 규약의 역외적용 의무를 포함한 포괄적인 국가행동계획(National Action Plan)을 세울 계획이 있는지 여부에 대해 위원회에 제시하라.
3. 자유권 규약의 역외적용 의무를 이행할 수 있도록 대사들과 외교사절들의 역할을 강조할 의향이 있는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라.
4. 우즈베키스탄에서의 아동 및 성인의 강제노동에 대한 대우인터네셔널과 한국조폐공사의 책임을 다하도록 하기 위해 한국 정부가 어떠한 조치를 취하였는지 제시하라.
5. 한국국적의 어선에서 인도네시아 선원들이 강제노동을 당한 것에 대한 구제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한국 정부가 어떠한 조치를 취하였는지 제시하라.
6. POSCO의 프로젝트에 영향을 받은 지역의 강제퇴거 문제와 (주민들의) 참여할 권리 문제를 규정하는 법적 기준이 한국에 존재하는지 여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라.
7. POSCO의 프로젝트에 의해 인권침해를 겪은 마을에 구제책 및 예방책 마련을 위해 한국정부가 어떠한 조취를 취했는지 제시하라.
자유권 위원회에서 이러한 기업인권네트워크의 의견이 반영된 쟁점목록을 채택할 수 있도록 계속해서 모니터링과 로비를 해나가겠습니다! 관심을 갖고 지켜봐주세요!
(8.5기 인턴 김성희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