붙임문서1. 2014년 6월 11일 밀양 인권침해에 대한 유엔 긴급청원서 (한글)
1. 배경
지난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태 이후 일어난 반핵발전소에 대한 전 세계적 호소와 시민사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한국 정부는 핵발전소 증설 계획을 강행해왔다. 한국 정부의 에너지 정책은 핵발전소의 에너지 수급 비중을 지속적으로 늘리며 신규 원전 건설을 추진하는 방향으로 진행되어 왔다. 이러한 에너지 정책을 기반으로 현재 울산광역시 울주군에는 신규원전 신고리 3,4호기와 송전탑 건설이 진행되고 있다. 특히 신고리 핵발전소에서 생산되는 전기를 수도권과 대도시 등 인구 밀집 지역에 수송하기 위해 한국전력공사는 2007년 12월 정부로부터 승인을 받아 밀양 시내 5개 마을에 765kV 송전탑 69기를 건설하고 있다.
밀양 송전탑 건설 예정지 5개 마을 주민들은 환경파괴, 건강권침해, 농작물피해 등을 이유로 지난 2007년부터 765kV 초고압 송전탑 건설을 반대해왔다. 지역주민들은 한전과 관련 정부기관, 지역 국회의원, 청와대에 찾아가 대책과 문제해결 노력을 촉구하였다. 그러나 한전과 정부는 지역주민들의 절박한 호소에 귀를 기울이지 않은 채 공사를 강행했다.
공사에 반대하는 주민들에 대한 한국전력 직원과 사설 경비용역들의 갖은 협박과 욕설 및 폭력은 끔찍한 결과를 낳기도 했다. 2012년 1월 16일 새벽 4시에 102번 공사현장에 모여 공사를 막던 주민들은 50여 명의 용역들로부터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과 폭력을 당해야 했다. 이에 밀양시 산외면 희곡리 보라마을의 농민 이치우(74세) 어르신은 “내가 죽어야 이 문제가 해결 되겠다”는 말을 남기고 휘발유로 분신 자결하는 일이 발생했다.
밀양 송전탑 건설 반대운동을 하던 마을주민들과 활동가들 중 많은 수가 연행되고 부상을 입는 등 인권탄압을 받았다. 밀양 송전탑 건설 반대 투쟁에 참여하는 주민들의 평균 연령은 70세다. 경찰은 고령의 주민들을 대상으로 과격한 진압과 무분별한 연행을 감행했는데, 주로 일반교통방해, 업무방해, 공무집행 방해 등 인권옹호활동을 해체하기 위해 악의적으로 법률을 적용하였다. 2013년 10월과 11월 두 달간 경찰의 강제 진압과 연행으로 인해 발생한 환자의 수는 64명에 이르렀다.
밀양 주민들의 송전탑 건설 반대 활동이 8년째 지속되던 2013년 5월 29일, 한국전력과 밀양 주민은 전문가협의체를 통한 대안을 마련하기로 결정하고 40일간의 공사 잠정 중단을 합의했다. 그러나 한전의 불성실한 자료 제출로 전문가협의체는 제대로 가동되지 못했다. 결국 한국전력은 기존입장을 고수한 채 2013년 10월 1일 새벽부터 공사를 재개하였다. 공사재개에 저항하던 주민들을 막기 위해 경찰병력 3,000명, 한전직원 1,000여 명, 밀양시청 직원 150명에 달하는 인원이 투입됐다. 고령의 주민들을 상대로 4,000명이 넘는 공권력이 동원된 것이다.
송전탑 공사에 반대하는 마을 주민이 음독 자살하는 일도 발생했다. 송전탑 건설 예정지 부근에 살았던 유한숙씨는(74세, 남)는 지난 2013년 12월 2일 밀양 송전탑 공사 반대 농성에 나섰다가 농약을 마시고 음독 자살을 시도했다. 직후 병원에 이송되어 치료를 받았으나 6일 새벽 끝내 사망하였다. 가족과 병원관계자들에 따르면 병원에 입원했을 당시 유한숙씨는 “철탑이 들어서면 아무것도 못한다. 살아서 그것을 볼 바에야 죽는게 낫겠다”는 생각으로 자살을 시도했다고 한다. 이후 2013년 12월 12일 故 유한숙 어르신을 추모하기 위해 밀양 시민공원과 서울 시청 앞에 임시분향소가 마련되었으나 이후 얼마지나지 않아 경찰들에 의해 강제 철거당하였다.
2 2014년 6월 11일, 밀양시청의 행정대집행으로 인한 인권침해 상황
1) 과도한 공권력 투입 및 무분별한 연행
밀양 주민들은 송전탑 건설 부지와 마을 입구 등에 반대활동을 위한 농성장을 짓고 생활해왔다. 이에 밀양시청은 송전탑 건설예정지인 101번, 115번, 127번, 129번 부지의 반대농성장을 불법 시설로 규정하고 6월 9일 영장을 발부, 6월 11일 새벽 6시에 행정대집행을 강행하겠다고 예고하였다. 그리고 6월 11일 당일 6시 10분에 행정대집행이 시작되었다.
이 날 4개 건설 부지 농성장에 집결해 있던 채 100명이 안되는 고령의 주민들을 진압하기 위해 동원된 인력은 경찰 2,000여 명, 밀양시청 공무원 200여 명이었다. 마을 주민들은 강제 연행되지 않기 위해 함께 모여 서로 팔짱을 끼고, 오물을 던지며 저항했고, 쇠사슬로 목을 매고 알몸으로 저항했다. 그러나 경찰은 강압적으로 진압을 시작했고, 심지어 알몸으로 저항하는 여성 주민이 있는 움막 안에 남성경찰을 투입시켰고, 강제로 주민을 끌어냈다. 절단기를 들고 주민들이 목에 감고 있는 쇠사슬을 무리하게 절단했다.
경찰은 집회결사의 자유를 제한하였으며, 악의적으로 법을 적용하여 저항하는 주민들을 무분별하게 연행했다. 강제철거 과정에서 경찰은 송전탑건설 반대를 위해 평화롭게 저항하는 마을 주민 1명과 현장에서 마을 주민을 지지하는 인권옹호자 1명에게 ‘공무집행방해’를 적용하여 현행범으로 체포하였다.
2) 부상자 속출
경찰과 밀양시 공무원의 강제철거 과정에서 많은 부상자가 속출하였다. 6월 11일 오후 3시 30분 기준 주민 6명, 수녀 7명, 시민 1명이 경찰의 폭력적인 강제철거와 진압으로 인해 부상을 입었으며 일부는 응급 후송되었다. 당일 정부의 행정대집행으로 인해 부상을 당한 사람들은 총 21명이다.
경찰의 강제철거 과정에서 마을 주민 박모씨(74세, 남)는 경찰에게 지팡이를 빼앗겨 넘어졌고, 이 과정에서 발목이 골절되는 중상을 입었다. 밀양 부북면 위양마을 주민 2명 역시 다리골절과 허리부상으로 치료를 받았고, 수녀 2명 또한 팔 골절 등의 부상을 입었다.
농성 주민들 대다수가 고령인 것을 감안하면 당연히 주민의 부상 가능성을 대비해야 함에도 경찰은 적절한 대비를 하지 않았다. 경찰은 오히려 부상자를 방치했다. 움막에서 끌려나온 노인들 중에는 고혈압 약을 복용중인 환자도 있었으나, 경찰은 농성장 철거 전 필요한 약품을 챙겨오는 것을 막았다. 그럼에도 당일 강제 철거 현장에 대기하고 있던 구급차는 한 대 뿐이었다.
3) 변호인 접견권 침해 및 언론 접근 방해
경찰은 현장 취재 중인 기자를 끌어내거나 접근을 막는 등 언론 활동을 방해 했으며, 주민들의 변호인 접견권도 침해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소속의 한 변호사는 “변호사 신분을 밝혔으나 129번과 127번 농성장 인근에서 공무집행방해를 한다는 이유로 끌려 나왔다”며 “불법적 행위를 저지르지 않는 이상 변호사를 끌어내는 행위는 불법체포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경찰은 농성장 주민들을 분리, 고착시키면서 자신들의 조치가 체포가 아니라는 이유로 주민들의 변호인 접견을 제지했다.
경찰의 강제철거 행위도 불법인 것으로 밝혀졌다. 법적으로 행정대집행의 주체는 밀양시청이 되어야 하고 경찰의 경우 만일의 상황의 대비해 보조적 역할만 이행하도록 되어있다. 그러나 6월 11일 행정대집행은 밀양시 공무원보다 경찰이 먼저 나서서 강제 철거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4) 불법 채증
경찰들은 강제철거 현장에서 채증 카메라를 동원하여 농성장의 주민들을 촬영하였다. 6월 11일 행정대집행이 시행되기 이전부터 경찰은 밀양에서 평화롭게 집회를 진행하는 주민들을 대상으로 채증을 남발해왔으며, 그냥 앉아서 쉬는 동안에도 상시적으로 채증을 해왔다.
경찰청 예규인 ‘채증활동규칙’에 따르면 채증은 ‘각종 집회, 시위 및 치안 현장에서 불법 또는 불법이 우려되는 상황을 촬영, 녹화 또는 녹음하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2014년 4월 10일 경찰의 광범위한 채증에 대해 “헌법이 보장하는 집회의 자유를 제한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고, 집회 참가자가 불법행위를 하지 않은 경우 동의를 구하지 않고 채증 활동을 하는 것은 초상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고 지적하며 집회 및 시위 현장에서의 경찰 채증 활동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경찰청에 권고한바 있다. 1999년 대법원은 ‘영장 없이 이루어지는 채증의 경우 집회 및 시위 참가자의 불법 행위가 행하여지고 있거나 행하여진 직후, 증거 보전의 필요성 및 긴급성이 인정되는 경우에 한해 제한적으로 적용돼야 한다’고 판결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밀양 현장에서 경찰은 마을 주민들을 대상으로 광범위한 채증을 남발하였다. 심지어 강제진압 과정에서 고령의 여성들이 손발에 경련을 일으키고 호흡곤란을 호소함에도 경찰은 주민들의 건강상태를 체크하기는커녕 그 상황을 비디오로 촬영하는데 그쳤다. 부상당한 주민을 범죄자로 취급하고 채증을 강행한 것은 명백한 불법이며 주민에 대한 비인도적인 처사이자 모욕적인 태도였다.
3. 국가인권위원회
국가인권위원회는 밀양 행정대집행 과정에서 인권침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13명의 인권지킴이단을 경남 밀양에 파견하였으며, 경찰청에 행정대집행과정에서 인권보호를 위해 노력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밀양 송전탑 건설 반대 농성장 현장에서 국가인권위원회 직원들은 경찰들이 주민들을 끌어내는 장면을 지켜보기만 하고 눈앞에 일어나는 인권침해를 직접 막지는 않았다. 인권침해 소지가 있다고 판단될 때 호루라기를 부는 수준으로 경찰의 인권침해 행위에 소극적으로 대응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주민들이 부상을 당하는 상황에서도 경찰에게 어떠한 문제제기를 하거나 제지행위를 하지 않았고 경찰과 주민의 충돌을 지켜보는데 그쳤다.
4. 요구사항
정부는 초고압 송전탑 건설에 대한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지역 주민들의 권리 보장을 실현하기 위해 진정성 있는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
경찰은 밀양 주민들과 인권옹호자들에 대한 더 이상의 인권침해를 예방·중단하고, 이미 철거과정에서 주민에게 과도한 물리력을 행사한 경찰력에 책임을 묻고 처벌해야 한다.
국가인권위원회는 향후 공권력에 의한 인권침해 발생 시 적극 개입하여 정부와 경찰의 물리력 사용을 중단시킬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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